나는 이런게 좋더라

나는 이런게 좋더라


나는 이런게 좋더라

진수성찬 차려 놓고
말없이 가는 잘 사는 딸보다
차린 건 많이 없어도
늦게까지 말벗 되어 주는
작은 아들이 좋더라.

현금다발 놓고 가는 정 없는 딸보다
추어탕 만들어 와서 같이 먹는
며느리가 더 좋더라.

화려한 말 잔치로 혼을 빼는
수다쟁이 아들보다
몇 마디만 하고 가도
귓가에 여운이 남는
조용한 막내며느리가 좋더라.

혼자 일 다 하듯 설치는 신랑보다
언제나 지켜보며 뒤처진 것들
챙겨 주는
시아버지가 좋더라.

먼저 일은 벌여놓고 책임 못 지고
쩔쩔매는 친정 동생보다
땅 꺼질까 조용조용 걷는
손위 동서가 좋더라

-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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