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 자리에

꽃이 진 자리에


꽃이 진 자리에

 

살구꽃이 진 자리에 
푸른잎이 돋더니 
이어서 살구 열매 
앙증스럽게 달리기 시작하고

매화가 진 자리에 
푸른 잎이 돋더니 
이어서 매실이 
어여쁘게 달리기 시작하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여러 번 눈으로 보았지만 
오늘은 왜 이리 새로운지 
왜 이리 놀라운지 
나무 아래서 
떠날 줄을 모르는 
나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꽃이 진 자리마다 
익어가는 열매를 
사랑 담긴 시간들을 
오래오래 기념하고 싶어서 
나는 나무를 꼭 안아봅니다.

 

– 이 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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