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나서야
사소한 기념일 하나
놓치는 일 없이 챙겨주던 사람,
함께 먹던 디저트가 하나 남을 때면
자신은 이미 배가 부르다며
내게 건네던 사람.
넉넉지 않은 월급에도 매번 맛있는 걸
사주려 했던 사람
영화관 쿠폰은 내가 더 많다며
영화 예매를 도맡던 사람.
사진은 잘 못 찍어도
엉덩이를 바닥에 대면서까지
열정을 다하던 사람.
자신은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이라며
편지를 좋아하던 사람.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으려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그저 붙잡기라도 하자며,
결말을 모르던 지난 속을 다시 거닙니다
해묵은 추억의 먼지를 하나둘 걷어내며.
-천성호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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