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 / 김원호

꽃밭에서 / 김원호


꽃밭에서 / 김원호

꽃밭엔 꽃이 자라겠거니
그렇게만 여겼는데
언제부턴가 우리 꽃밭에
풀이 꽃처럼
그렇게 자라고 있다

풀이 꽃 같다가
꽃이 풀 같아지면서
나비도 벌도
슬그머니 풀의 편이 되어버렸는지
온통 풀 속에서만 놀고 있다

꽃에서 배를 채우고는
풀과 함께 희희낙락하는
저 나비와 벌들의
배은망덕함
그러나 그들을 꾸짖기엔
우린 우리의 쓸개가 너무 가볍구나
입이 없구나
(우린 버릇처럼 말해 오지 않았던가. 중요한 건 힘이지 이름이 아니라고)

아, 그러나 어쩔거나
그래도 자꾸만 눈물이 나는 것을
꽃이 꽃의 이름을 포기하고
풀의 눈치나 보고 사는 이상
우린 언제까지나
연약한 풀일 수밖에 없는 것을

+ There are no comments

Add y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