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 이동순 

꽃나무 / 이동순 


[꽃나무 / 이동순] 
 
꽃나무를 본다 
잎은 따가운 햇살 바늘을 
초록 손바닥으로 받으며 견디고 
가지는 겨울 삭풍을 
앙상한 온몸으로 아우성치며 견디었다 
뿌리는 또 어떠한가 
늘 캄캄한 땅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단 한 번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 적이 없었다 
이런 세월 지나서 드디어 
감격스러운 꽃 피웠다 
꽃나무를 보면서 
꽃만 곱다고 말하는 그대여 
꽃이 저리도 고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잎과 가지와 뿌리의 고통 덕분이다 
왜 그것들을 보지 않는가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이렇게 어여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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