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서서 / 전선경
여러가지 모양의 길에 서서
길이 되어 가는 길을 찾는다
가다보면
돌아가야 하는 길이 있고
피해가야 하는 길이 있고
가서는 안되는 길도 보이고
통행이 금지된 길도 있다
가다가도 멈춰서서 향기를 맡고 가게 되는 꽃길
다리가 놓아져야만 건너갈 수 있는 길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길이 있고
무작정 달려가고픈 연두색 길도 있다
뻥 뚫고 가야하는 안개길
젖어야만 걸을 수 있는 빗길
밟아보고 싶은 낙엽길
뽀드득 자국을 남기고 싶은 눈길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길
거친 자갈길
먼지를 날려야하는 끝이 없는 사막의 모래길도 있다
힘들어도 올라가야만 하는 오르막길
힘주지 않아도 쉽게 내려올 수 있는 내리막길이 있다
찔리는 가시밭길을 지나간다고해도
노래하는 새 한마리 날아오면
살 만한 노랫길이 된다
내가 길이 되어야만
네가 올 수 있는 길
그 길에 서서
별을 헤는 그 길에 서서
노래하는 한 마리 새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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