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 오순화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함지박 가득 퍼올리는 샘물을 드리오니
그대,
이 물 마시거들랑 내내 상쾌한 하루가 되시옵기를.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왠지 모를 용기가 솟아
낯선 이에게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어색한 인사를 건네도
하나도 창피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은 매일 봄직한
나무와 새와 풀꽃들이 새로워 자꾸만 길섶에서 머뭇거립니다.
미루나무에 걸린 햇살과 눈빛인사도 나누었죠.
길 건너 정자나무와도 악수를 합니다.
여전히 푸르고 넉넉한 자태는 날 미소짓게 합니다.
오늘은 내 안에 겹겹이 쌓인 먼지를 털고
뽀드득 뽀드득 창을 닦아 진종일 열어두겠습니다.
그래서 왠지 기분 좋은 일들이, 반가운 소식들이 날아와
오늘 하루를 빛내주리라 예감해 봅니다.
그리하여,
나를 화나게 한 사람
나를 애태운 사람
나를 분노케 한 사람
절대 용서치 않으리라고 맹세한 이 까지도 용서로 화답하고
생채기마다 새살이 돋아 좋은 생각만 품어 보는
하루가 되길 바래봅니다.
그대도 오늘을 감사하고 기분 좋은 하루가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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