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내 안에 들어와

그대가 내 안에 들어와


그대가 내 안에 들어와
사랑의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내 마음의 문은 항상 열어놓았는데도
그대는 늘 머뭇거리며
내 주위를 서성이기만 했지요

품에 안으면 몸에 돋친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힐세라
차마 안을 수 없는
고슴도치의 안타까운 사랑처럼
내가 한 걸음 다가서면
그댄 항상 두 걸음 뒤로 물러서곤 했지요

그것이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좋은 사랑법이라 여기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그것은 결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
단지 사랑하면서 겪어야 할
아픔을 두려워해 뒤로 한발 물러선
비겁하고 용기없는 행동이었을 뿐이랍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최고의 사랑법은
그저 먼발치서 가만히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프더라도 힘껏 안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꼭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군요

사랑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것이 우리 인생이기에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 비록 아픔뿐이라 할지라도
그조차도 오늘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또 다른 내 삶의 이유가 되기에
나 아파도 주저 없이 그대를 사랑하렵니다

-박현희 ‘아파도 사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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