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말하지 않아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루뱅 보쟁의 그림 ‘체스판이 있는 정물'(1630)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은 사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빵과 포두주잔, 만돌린과 펼쳐진 악보, 벨벳 동전지갑,
​카드, 체스판, 카네이션 꽃병, 팔각 거울 등이다.

언뜻 단순한 정물화로 보이지만 사물 하나하나의 의미를 짚으면​
​오묘한 생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빵과 포도주는 생의 기본적인 에너지원이지만
​나눌수록 커진다는 기쁨의 의미를,
​만돌린과 악보는 소음을 멀리하고 조화롭게 살라는 의미를,

​체스판과 카드는 속임수에 대한 경계를,
​동전지갑은 지나친 욕심에 대한 경고를,

​꽃병의 카네이션은 아픔을 극복하는 사랑을,
​벽에 걸린 거울은 항상 깨어 나를 살피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굳이 말을 하거나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지나 표정만으로 소통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때로 장황한 말이나 글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작은 문구나 단어에 매달려 흠집을 내는 세상이다.

​각자의 반응은 받아들이는 쪽에서 알아서 결정할 일,
​가끔은 침묵으로, 표정으로만 대하고 싶은 때도 있다.

– 최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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