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한 켤레
살아간다는 것은 내 짝을 찾아 헤매는 구두 한 켤레. 구두가 낡을수록 사람이 되는 것을 세상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쉽게 구두를 갈아 신는 것은 먼저 인간이 되고 나서 산다는 아픔을 모르는 까닭이고 어떠한 길이라도 한 켤레 구두가 닳을 때 까지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걸어가라고 세상살이가 알려 주는 것임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가도 가도 세상길은 질퍽하게 험하기만 하고 세상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이 자유가 삶의 비지땀 같은 부담이 될 줄 몰랐습니다.
밖을 나설 때 마다 남들 보기에 창피하고 부끄럽지 않게 구두를 닦고 살아가는 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까마귀가 울고 있는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마음의 행로는 한 켤레 구두로부터 나를 구속하고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겉치레가 오히려 삶의 방해꾼이 되는 온전한 자유 속 한 사람의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시인의 낡은 구둣발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이재호/ ‘구두 한 켤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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