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누가 있는가?
연못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연못의 동쪽 귀퉁이에는 물망초가 살고 있었다.
동쪽 귀퉁이에 사는 물망초는 불만이 많았다.
허구한 날 물에다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였다.
물방개가 스쳐가는 것에도 신경질을 부렸으며
심지어 산그리메가 지나가는 것에까지도 역정을 내곤 하였다.
그러나 서쪽 귀퉁이에 사는 수련은 즐거움이 많았다.
물에서 살게 되는 청결함에 감사하였다.
어쩌다 물잠자리가 잠시 들러도 반겨 맞이하곤 하였다.
때론 흰구름 깃이 물 속으로 스며드는 것에도 환희로워 하였다.
얼마쯤 지났다.
물망초가 사는 연못의 동쪽 귀퉁이에는
찾아오는 이 하나 없이 물파래만 가득 끼었다.
물망초는 꽃은 커녕 제자리 조차도
물파래 한테 빼앗기며 죽어가고 있었다.
오직 연못의 서쪽 귀퉁이에 사는 수련만이 번성하고 있었다.
파란 물 위에 꽃을 피웠으며 새순을 얻었다.
그러자 지나가는 나비 조차도 쉬어갔고 노을까지도 적셔들었다.
-정채봉 ‘거기 누가 있는가’ 중-
+ There are no comments
Add y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