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으로 떠나는 하루
깊어가는 가을
짧아진 햇살을 늘리려는 듯
몇 안 남은 매미 소리
시간을 돌리려는 듯 구성지다
비 온 뒤의 가을은
퇴색해가는 자연과
성숙해가는 인간의 고뇌를 안고
소슬바람에 사라져 가지만
여름의 흔적을 일깨우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우리의 삶을
한 번 더 뒤돌아보게 하여주고
가을 햇살은
이별 축제의 후원자처럼
오늘도 하나의 물감을 던져 주고
뉘엿뉘엿 서산을 향한다.
지겹다는 장마도 짧다는 가을도
모두가 짧은 것을
세월이 대신 먹어치우는
인간들이 고뇌와
계절이 일깨워 주는
한 해 한 해의 명언들
이 가을에는 우리 모두
즐거운 것만 기억하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한 중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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