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판에 서서 / 남혜란
벼 익어가는 모습에
가슴 한쪽 숨겨 두었던
아픔이 떠오릅니다
고개 숙인 모습이
꼭 내 어머니 같습니다
굽은 허리, 땅만 쳐다보고 걷는 모습
쌀 한 톨 익어감에
어머니의 삶도 세월에 익어가
버렸나 봅니다
들녘 황금빛으로 물들면
가을바람 따라
내 삶도 벼처럼
어머니 밟으신 길
생각하며 묵묵히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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