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피는 국화는 첫봄의 개나리를 시샘하지 않는다.

가을에 피는 국화는 첫봄의 개나리를 시샘하지 않는다.


[가을에 피는 국화는 첫봄의 개나리를 시샘하지 않는다.]

한여름 붉은 장미가 필 때 나는 왜 이렇게 다른 꽃보다 늦게 피나 한탄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준비하여 내공을 쌓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매미소리 그치고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 국화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그 은은한 향기와 자태를 마음껏 뽐내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늦깎이라는 말은 없다. 아무도 국화를 보고 늦깎이 꽃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 비해 뒤쳐졌다고 생각되는 것은 우리의 속도와 시간표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고, 내공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직 우리 차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사람을 꽃에 비유한다. 꽃처럼 사람들도 피어나는 시기가 따로 있다고 믿는다.

어떤 이는 초봄의 개나리처럼 십대에, 어떤 이는 한여름 해바라기처럼 이삼십대에,
어떤 이는 가을의 국화처럼 사오십대에, 또 어떤 이는 한겨울 매화처럼 육십대 이후에 화려하게 피어나는 거라고

계절은 다르지만 꽃마다 각각의 한창 때가 반드시 오듯이, 사람도 활짝 피어 나는 때가 반드시 온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제철에 피는 꽃을 보라!
개나리는 봄에 피고, 국화는 가을에 피지 않는가.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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